우버와 근로소비자법

우버 운전자는 근로자일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여러 나라에서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근로자로 보아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우버 측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근로 여부, 근로 시간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엄격히 따져보면 사용, 피용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우버 앱에서 로그 아웃만하거나, 단순히 호출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그에 따른 어떤 추가적인 불이익도 상정하기 어렵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버와 운전자의 관계는 고용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도급관계나 소비자, 구매자 관계도 아닌 새로운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우버의 운전자 관리 알고리즘에 있습니다.

아래 기사에 따르면 우버는 수백명의 사회과학자, 데이터과학자를 고용하여 운전자를 어떻게 더 오래, 많이 일하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해 왔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심리학, 행동과학에 바탕을 두고 운전자의 운전 내역 데이터 베이스를 분석하여, 운전자를 최대한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연구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목적 집착 성향을 이용하여, '이봐 300달러를 벌려면 조금만 더 하면 돼'라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컴퓨터 게임같이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배지를 주거나, 한 고객 운행이 끝나기 전에 다른 고객을 배정하여 계속 일하게 하는 등 단순해 보이는 어플의 디자인과 구성에 특정 운전자를 최대한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섬세하게 구현하였습니다.

물론 우버 플랫폼에 참여하는 운전자 수가 적을 때에는 별로 효과가 없겠습니다. 그런데 충분한 수의 운전자가 참여하는 생태계가 구성된 다음에는 위와 같은 심리적인 자극만으로도 고객의 수요에 충분히 응할 수 있으므로, 비용이 많이 드는 근로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빅데이터가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맞춤형 광고를 전달하는 것에서, 근로관계를 유지하지 않고서도 마치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통제효과를 가져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까지 발전하였습니다.

물론 물적 투자를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였다는 점에서는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칭찬 받아야겠습니다. 빅데이터를 경제의 기름으로 사용하였다고 인정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모델이 커지면 우버와 같은 거대 플랫폼을 가지지 못하고, 그 플랫폼에 기대어 돈은 벌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을 보호할 새로운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근로계약에 의존하지 않고 웹서비스 소비자와 별 다를 바 없는 운전자만을 사용하면서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최대한 기업의 이익에만 봉사하도록 시민들을 옭아맬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이 계약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에서 고통 받던 일반 시민을 보호할 필요성에 공감하여 만들어졌듯이, 근로소비자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 Ryan Calo, Alex Rosenblat, The Taking Economy: Uber, Information, and Power, Columbia Law Review, Vol. 117, 2017, 22 Mar 2017
    • By virtue of sitting between consumers and providers of services, however, sharing economy firms have a unique capacity to monitor and nudge all participants including people whose livelihood may depend on the platform.
  • Tamsin Shaw, Invisible Manipulators of Your Mind,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April 20, 2017
    • The behavioral techniques that are being employed by governments and private corporations do not appeal to our reason; they do not seek to persuade us consciously with information and argument. Rather, these techniques change behavior by appealing to our nonrational motivations, our emotional triggers and unconscious bi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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